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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르포]8년 전 외면당한 중소기업, '대용량' 공기청정기 시장 이끈다

  • 2023-03-02

400평 공간도 공기청정 '거뜬'...

일본, 프랑스 외국이 찾는 韓 중소기업

이지네트웍스의 경기도 파주시 공장, 사무실 건물./사진=김성진 기자.


경의중앙선 파주역에서 차로 20분쯤 굽이진 산길을 오르면 3000평 남짓 공장 단지가

하나 나온다. 정문을 지나 조금 더 가면 4층 높이 이지네트웍스 사무실 건물이 보인다.

1~2층이 공장이고, 사방도 공장으로 둘러싸인 건물. 보통 공장은 박스와 본드, 먼지의

퀴퀴한 냄새가 나지만 이 건물에 들어서도 아무 냄새가 안 난다.

이유는 4층에 가면 눈으로 볼 수 있다. 복도에 흰색 사각형 기계 두대가 있었다. 키가

성인 남성보다 조금 더 크고 기계 윗부분에 농구공만 한 구멍 두개가 푸른빛을 냈다.

구멍 안에 들릴 듯 말듯 '슝슝' 소리가 들렸다. 이지네트웍스 관계자는 "보통 공기청정

기보다 크기가 크다"며 "우리의 주력 상품인 대용량 공기청정기"라고 했다.

박관병 대표가 이지네트웍스를 설립한 것은 2000년이었다. 처음에 회사 이름은 이지

렌탈이었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처럼 굵직한 행사에 컴퓨터, 프린터 등 전자

기기를 대여했다. 대선 캠프들도 이지렌탈 기기를 빌려다 썼다.

렌탈업은 사업 수익이 크지 않다. 그래서 2007년 사업을 다각화했다. 그러면서 개발한

게 공기조화기(공조기)였다. 공조기는 공기청정기와 원리가 비슷한데 건물 안 공기를

빨아들여 밖으로 내보내고 바깥의 맑은 공기를 들여오는 기계다. 이지렌탈은 7억원을

투자해 3년만에 공조기를 개발했다.

투자는 적자로 돌아왔다. 고객사들 반응이 차가웠다. 병원, 관공서 등 공조기 시장은

대기업이 선점하고 있었다. 미세먼지를 향한 경각심도 지금 만큼 크지는 않았다. 고

객사들은 "처음 듣는 회사네요"라며 구매를 거절했다.

박 대표는 8년을 기다렸다. 2018년 어느 날 김종만 기술 이사가 박 대표를 찾아왔다.

황사, 미세먼지를 향한 경각심이 커진 시점이었다. 김 이사는 '대용량' 공기청정기를

팔자고 했다.

이지네트웍스의 대용량 공기청정기. 73평형부터 380평형까지 5가지 규격이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당시 시중의 공기청정기 제품들은 전부 소형이었다. 대기업이 팔던 공기청정기 중에

용량이 가장 큰 게 58평형이었다. 지하철역사, 공항, 체육관, 관공서 로비 등 너비가

수백평인 곳들은 58평형을 여러대 놓고 썼다.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바람 세기

를 일일이 조절하는 데 품이 많이 들었다. 소형 공기청정기 여러 대를 구비하는 비용

도 적지 않았다.

대용량 공기청정기 개발이 쉽지는 않았다. 원리는 소형 청정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넓은 공간의 공기를 빨아들일 모터, 공기를 멀리 뿜어낼 디퓨저(송풍기), 그리고 이

과정에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는 기술이 관건이었다.

8년 전 개발한 공조기 기술이 기초가 됐다. 박 대표는 "돌이켜보면 그때 투자가 결실

을 보았다"고 했다. 모터는 공기청정기마다 기종에 따라 4~6개를 탑재했다. 항공기

에 쓸 정도로 효율이 높은 BLDC 모터를 써서 소음을 최소화했다. 디퓨저에도 특유의

기술이 들어가서 공기를 30m 이상 뿜어내 경쟁사의 후발 제품보다 2~3배 멀리 보낸다.

필터는 5겹을 달았다. 소형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필터가 3~4겹인데 이지네트웍스

제품은 몸체가 커서 프리필터와 카본필터, 헤파필터 3단계에 광촉매 필터, 이온클

러스터를 더 겹쳤다. 광촉매 필터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기술을 10년 이전받아

개발했다. 3단계 필터가 거르지 못한 세균, 진균, 곰팡이류, 바이러스, 알레르기를

거른다. 이온클러스터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한번 더 걸러준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시험 결과 5단계 필터를 거치면 공기 중 대표적인

오염물질인 대장균, 녹농균, 황색포도상구균은 99.9%, 유해 화합물인 암모니아,

포름알데히드, 벤젠, 툴루엔은 100% 제거됐다.

이지네트웍스는 2020년 연간 헤파필터 1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헤파필터는 꽃가루, 미세먼지처럼 공기 중 미세한 유해물질을 걸러주는 필터다.

3~6개월마다 교체해야 한다./사진=김성진 기자.


이지네트웍스는 사물인터넷(IoT) '중앙관제시스템'도 개발했다. 스마트폰, 컴퓨터

화면에서 공기청정기 여러대 전원을 끄거나 켜고, 공기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

또 공기청정기를 얼마나 오래 켜뒀는지, 필터를 바꿔줘야 하는 것은 아닌지도

알 수 있다.

같은 공간에 소형 공기청정기를 여러대 두는 것보다 대용량 청정기를 적게 두면

기본적으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예컨대 150평 공간에 58평형 공기 청정기 3대

를 두는 것보다 150평형 1대를 둘 때 비용이 3분의 1 수준으로 절감된다. 또 중앙

관제시스템 덕분에 어디에 미세먼지, 유해 물질이 더 많이 발생하는지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이지네트웍스의 대용량 공기청정기는 전국에 5000~6000대 비치됐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부산 지하철 1호선, 서울 강북구청, 경기 고양시청 등이 대표적이다.

코레일 15개 역 대합실, 수원 KT위즈파크 경기장에는 용량이 가장 큰 340평대 공

기청정기가 들어가 있다.

이지네트웍스는 지난해 버스 천장에 거꾸로 부착하는 공기청정기도 처음 개발했다.

오는 4월까지 전국 버스 700대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지네트웍스는 보유한 기술

들로 2018년 이노비즈인증을 받았다. 해당 인증을 받으면 조달청에 입찰할 때

가점을 받는다.

박관병 대표와 이지네트웍스가 개발한 버스 전용 공기청정기./사진=김성진 기자.


대용량 공기청정기 시장 개척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품을 개발할 당시 이지네트웍스가

예상한 주요 고객은 관공서, 지하철역 등 공공기관이었다. 개발을 마쳤지만 대용량 공기

청정기 조달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공공기관들이 기존 58평형을 기준으로 납품받았다.

이지네트웍스는 '대기업이 대용량 제품을 개발하기 전까지 기다리라는 말이냐'고 항의

했고 2019년 조달 기준이 마련된 후 제품을 납품할 수 있었다.

이지네트웍스는 일본, 프랑스 등에 제품을 이미 수출했고, 태국 등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연 매출 280억원을 거뒀고 올해 매출 350억원, 2025년 상장을 목표로 삼

았다. 박 대표는 "외국은 아직 대용량 공기청정기 제품 개발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대용량 공기청정기는 대한민국이 1위라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출처 :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